[여러가지 시도]/3D 프린터

[3D 프린터] 3D 프린터 안전기준 고민할 때

시간 확보러 2018. 6. 23.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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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0년 어느 부부가 자신들의 아기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자녀의 탄생에 기쁘지 않은 부모는 없겠지만 이들은 불임부부여서 더 특별하다. 10여 년간 시험관 등 아기를 갖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오랜 기간 자녀가 없어서 부부 사이가 소원해지기도 했다. 결국 그들을 구원한 것은 3D프린터로 만든 인공 자궁이었다. 체외에서 바이오소재로 만들어진 자궁이 태아의 생육을 가능케했다. 1년 시도 끝에 드디어 임신을 했고 아이를 낳을 수 있었다.

 

위 사례는 미래의 이야기다. 하지만 인공장기 시대는 다가오고 있다. 의료분야에서 3D프린터 연구와 활용이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과도 있다. 인공 코나 인공 귀 같은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의료혁명이라고 부를 만하다. 의약품도 마찬가지이다. 영국 글래스고 대학 화학과 리 크로닌 교수는 3D프린터를 이용하여 소비자들이 가정에서 의약품을 설계하고 창조하는데 상용될 수 있는 가정용 화학제품 제작기계를 개발 중에 있다. 의약품의 레시피만 알면 집에서 약을 만들 수도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인공장기와 개인 의약품 조제, 윤리적 문제와 사회적 부작용 초래

 

치료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 이면을 볼 필요가 있다. 쉽게 대체될 수 있는 장기라는 시각으로 인해, 인간의 몸을 부품으로 보는 경향이 생겨날 수 있다. 윤리적 문제가 생겨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컬러인쇄술의 발달이 위조지폐 문제를 불러일으킨 것처럼 3D프린팅 된 위조 장기들이 거래될 수도 있다.

의약품도 합성마약이라고 불리는 디자이너 드러그가 확산될 수 있다. 마약인 경우 특정 성분만 포함되면 그 효능을 나타내기 때문에 오히려 조제하기가 쉬울 수 있다. 약물과다나 약물 중독환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병원에서 진료를 하게 되면 환자의 상황을 이해하고 진료를 하는데 더 어려워지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혹시라도 3D프린팅된 무기나 화학물질이 나쁜 사람들 손에 들어가면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캐나다 SF소설가 코리 닥터로우는 지난 2006년 1월 발표한 단편소설 '프린터범죄'를 통해 3D프린팅이 가져올 문제점을 지적했다. 프린트범죄는 3D프린팅 기술이 고도화된 미래 사회에서 웬만한 사물들이 손쉽게 일반인들의 가정에서 복제, 배포될 수 있다는 상상에서 출발한다. 그의 소설에서 주인공 아버지가 경찰에 곤봉에 흠씬 두들겨 맞으며 체포됐다. 이유는 3D프린터로 만든 행동 강화제, 기억보충제, 신진대사 촉진제 같은 고급 조제약을 건넸 받은 고객 중 한명이 경찰에 고발을 했기 때문이다. 10년 이후 출소한 주인공 아버지는 자신의 일을 그만두기 보다는 1인 1대가 되도록 프린터를 만들어내겠다고 주인공에게 말하는 장면으로 마무리 된다.

지난해 글래스고대학 연구진은 '리액션웨어'라는 제약용 3D프린터 관련 연구논문을 학술지 네이처케미스트리에 게재했다. 3D프린터를 이용한 개인 의약품 조제시대가 성큼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제품에 대한 책임 소재를 정하기 위해서도 안전 기준 마련해야

 

3D프리터가 유발하는 사회적 부작용 가운데 대안 마련에 서둘러야 하는 부분이 있다. 안전이다. 개인 3D프린터 시장이 열리는 이때 안전은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실탄을 발사할 수 있는 권총도 3D프린터로 제작할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 텍사스주 소재 비영리단체가 내놓은 플라스틱총 조립용 부품 설계도 파일이 확산됐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총과 같은 무기가 아니다. 3D프린터로 만든 일반 제품이다. 보통 소비자 제품들은 법률로 안전 기준을 마련한다. 하지만 3D프린터로 만든 제품에 아직 이런 기준들이 없다.

코넬 대학교 공대 교수인 호드립슨과 전문기술작가이자 분석가인 멜바 컬만은 "안전에 관한 기준이 정해지지 않는다면 범죄자는 자신들의 불법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3D프린팅 기술을 적용하는 요령을 신속하게 습득할 것"이라며 "만약 우리가 모두 운이 좋지 않다면 중요한 순간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조악하게 만들어지거나 위조 기계 부품으로 인해 새로운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그들이 저술한 '3D프린팅의 신세계'에서 경고했다. 그들은 자동차 스티어링 휠을 예로 들어 자세히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어떤 자동차 마니아가 3D파일 공유 사이트에서 다운로드 받은 디자인을 가지고 직접 3D프린팅으로 제작한 스티어링 휠을 주문 판매했다. 그런데 이 제품을 구매한 사람이 비극적 교통사고 사망했다. 원인은 빠른 속도로 크게 왼쪽으로 돌던 스티어링 휠이 차제에서 빠져버렸기 떄문이다.

이때 누가 책임을 지어야 할까. 쉽지 않다. 잘못된 디자인 파일을 만든 사람을 고발할 수도 디자인 파일을 사용해서 스티어링휠을 3D 프린팅한 사람에게 죄를 물을 수가 없다. 안전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안전기준은 인공장기 등 의료기기에도 적용된다. 3D프린터를 가장 활발하게 도입하려는 대표적 분야이기 때문에 더 서울러야 할 필요가 있다. 보건산업진흥원의 '3D프린터 기술발전에 따른 의료기기 인허가 제도의 변화' 보고서는 3D프린팅 기술로 제조된 제품의 기계적 특성, 생물학적 적합성, 디자인 검증에 대한 안전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임상환경에 설치된 3D프린터로 제조되는 제품제조자는 누구이며 법적 책임을 누가 지는지에 대해 명료하지 않다." 고 지적하면서 "현재 의료기관에서 제조되는 제품들도 감독할 감독기관의 역할이 명확하지 않아 우려스럽다."고 언급하고 있다.

 

선진국 규정 마련위해 점진적 변화 추구 중

 

EU나 미국은 3D프린팅 기술의 보건산업 적용이 확대됨에 따라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공청회를 여는 등 점진적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우선 EU의 경우에는 3D프린팅 관련 기술로 제작된 제품들을 '주문제작기기'로 관리하고 있다. '주문제작기기'란 전문가의 책임하에 구체적인 설계특성을 명시하고 특정 환자의단독 사용을 목적으로 작성한 처방전에 따라 특별히 만들어진 기기이다. 미국은 기존의료기기 관리체계인 방식으로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유럽과 비슷한 주문제작기기에 관한 법령도 마련되어 있고 세부 시행 지침은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건산업진흥원의 '3D프린터 기술 발전에 따른 의료기기 인허가 제도의 변화'를 보고서를 작성한 정현학 씨는 "보건산업은 국민 보건과 직결되어 정부 규제 영역이 다수 존재할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신규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선제적 정책마련이 필수적"이라면서 "특히 보건산업에서의 안정성 확보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국민건강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3D프린터 제품에 대한 관리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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